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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2012년 2월 2일의 단상 : 도전, 청춘



요즘 들어 청춘이라는 단어를 완전 여기저기서(솔직히 아무데서나 아무 표현이나 붙여서) 남발하는 통에 난 청춘이라는 단어, 이제 별로다. 그리고 나만큼이나 주위 사람들도 이제 '청춘'이라하면, 뭔가 고통스럽고 이겨내야 하는 젊은 그대 같은 느낌이라 별로라고 동의해주기도 하고.

뭐 어쨋든, 난 그래도 청춘이니까. 부정할 순 없지만...
각설하고 최근에야 친구들이 나의 미래를 걱정? 해주기 시작했다.

너도 이십대 중반인데, 그 작은(+ 돈도 별로 못 받으면서, 야근은 엄청 자주하고-이건 뭐 내 탓도 있겠지- 복지도 그냥 그럭저럭이지만 회사 분위기 하나는 끝내주게 부러운)회사에서 뭘 할 생각이냐, 거기서 경력 쌓는다고 한 들 스타트가 다른데 다른 사람들 언제 쫓아갈래, 아무리 능력이 팍팍 늘어도 거긴 너에게 너무 짜.... 등등등

다시 옮겨 적으려고 하니까 내 살덩이를 쭉쭉 찢어놓는 것 같이 속이 쓰라려서 이 정도에서 그만 해야겠다.

나는.. 그래, 스타트업에서 일한다. 이제 고작 6개월차고 나도 처음 여기 들어올 때 저 위에 친구들이 했던 생각과 고민 왜 안했을까? 여기 들어와서도 똑같은 고민 계속 한다. 월급으로 몇 백씩 받는 친구들이 기본 백얼마는 저축하고 비싸고 분위기좋고 맛있는 곳에서 남자친구랑 데이트 하고, 예쁘고 고급스러운 브랜드 옷이나 가방 구두를 턱턱 사댈 때, 부질없이 나도 사치하고 싶은 본능을 가진 여자라는 생각을 매순간 하면서 '내가 정말 원하는 삶은 뭐지?'라는 고민, 매 순간마다 한다.

결국 내가 원하는 건 '잘 먹고 잘 사랑하며 재미있게 무언가를 하는 생동감있는 삶'일텐데, 지금 여기에서 내가 하는 일이 다 재미있나? 잘 먹고 사나 지금 내가? 이렇게 고생해서 능력치가 바짝 성장한다 쳐도 내가 늙어서 청춘이 다 사라지고 나면 할 수 있는 일들에 제약이 생길텐데 그럼 지금 하고 있는 경험들은 결국엔 다 부질없는 건가? (뻥 좀 쳐서) 매일 고민한다.

그러다가 엊그제, 소셜데이팅 사이트에서 어찌어찌 연결된 분과 짬짬이 카톡을 하는데, 내가 3일 연속 야근을 하는데다가 11시쯤에야 퇴근한다는(사실은 12시 넘어 퇴근한 적도 있는데, 야근 수당 나오냐고 물어본 적도 있는데 왜 그런지 몰라도 자존심 때문에 11시면 집에 가고 있다고 뻥치고, 야근 수당에 택시비도 다 나온다고 했다....왜? 이것도 의문이다.) 이야기를 듣고 그 분께서 '정말 열성적이시네요'라는 말을 건넸다. 음.. 내가 열성적이라고? 여기에서는 이 정도 해줘야 일 제대로 못하는 내가 그나마 따라갈 수있다는 답을 해주고 싶었지만 꾹 눌러담고, '아니에요ㅎㅎ'라고 답했다.

그리고나서는 '제가 졸업하고 IT계열 벤처회사에 들어와서 다른 데보다 좀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가요'라고 말했더니 돌아오는 대답이 근사했다.

'대기업에 취직한 사람보다 정말 멋져보인다, 청춘이 너무 예쁘다'......

청춘이 예쁘다니. 요 근래 "청춘은 아파야 제 맛!"과 비슷한 의미의 베스트셀러의 영향인지(물론 난 이런 책 정말 싫다.) 청춘이 예쁘다는 표현이 그렇게 낯설면서 고맙고 근사해보일 수가 없었다. 괜히 쑥스러워졌는데, 더불어서 '열정이 없으면 버틸 수 없어서' 그렇단다. '원동력이 열정이라는 건 정말 청춘답고 아름'답댄다. 

이렇게 열성적인 표현이 더 있을 수 있을까? 매일 매일 하게 되는 내 상황에 대한 고민들이 일순간 지지리 궁상처럼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정말 내가 저렇게 생각해서 뛰어든 상황이 비록 아니었더라도 충분히 위로가 되면서, 마치 내가 정말 '열정 하나로' 이 생태계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서 뭔가 스스로 대단한 느낌이었다. 

물론, 그래도 고민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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